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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성 암이란 말은 다소 생소하지만, 자연계에서는 생각보다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캐나다와 스페인, 미국 등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백혈병과 같은 산재성 종양이라 불리는 암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연체동물 (대합, 홍합, 새조개 등과 같은 쌍패류) 을 분석하여 암 세포가 개체간 전달되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암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개체에서 변이된 세포로 부터 유래되어 그 개체의 세포와 유전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암세포의 유전 분석을 통해 그 유래를 확인할 수 있다. 암에 걸린 대합, 홍합, 새조개 등으로 부터 분리한 암세포의 유전 분석을 수행한 결과 그 암세포는 숙주와는 상당히 다른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심지어 같은 종 유래가 아닌 경우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종간 전염의 증거이며, 이전에는 보고된 적이 없는 경우이다. 사람의 경우 암은 개별 숙주의 몸에서 유래되며 개체 내에서 확산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는, 장기 이식이나 임신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동물의 경우는 아주 제한된 경우가 같은 종 내의 다른 개체로 전염된 사례가 보고되어 있다. 개의 경우 성적 접촉에 의해 암이 전염된 사례가 보고 되었고, 주머니곰 (Tasmanian devil) 의 경우 안면암이 전염되어 그 개체수를 현저히 줄인 예가 보고되어 있다. 또한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서 백혈병과 같은 암이 널리 퍼져 대합 양식에 큰 타격을 준 사례가 보고되어 있는 정도이다. 연구진은 연구 대상인 쌍패류 (bivalves) 가 전염성 암에 취약한 이유가 (1) 이들이 바다에 살기 때문에 암세포가 숙주에게 떨어져 비교적 오랫 동안 생존하게 되고 멀리 이동이 가능하며, (2) 이들의 섭식 방법이 방대한 량의 물을 빨아들여 음식물을 거르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며, (3) 이들의 면역 체계는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다르며, (4) 이들은 이러한 암세포를 감지하는 능력이 없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전염성이 있는 암 세포에서 어느 부위에 변이가 일어나 전염성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연구가 수행된다면, 사람에서도 어떻게 암이 확산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연구진은 기대하였다. 연구 결과는 Nature 6월 22일 자 온라인 판 (doi:10.1038/nature18599) 에 발표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