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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스터는 향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원가 절감과 시장 차별화의 중요 요인으로 부상할 것이다. 특히 현 글로벌 불황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클러스터를 강화할 수 있는 호기이다. 디스플레이 업체와 정부의 클러스터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의 현 주소 각 국의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는 2000년 이후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96년~98년 TFT-LCD 상업화를 시작한 이래 일본은 미에(三重)현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샤프의 카메야마 공장을 중심으로 부품 소재부터 최종 세트 제품까지 일괄 생산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다만 부품 소재 기업은 클러스터 내부보다 오히려 클러스터 외부에 있다는 점이 특징이자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샤프는 새롭게 구축하는 사카이(Sakai) 클러스터 내부로 각종 부품 업체와 장비 업체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들과 협력하여 모든 기업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가상 기업(one virtual company)을 만들어 제조 프로세스 상의 낭비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하고, 공동 기술 개발 및 공동 특허로 기술력을 향상시키며, 나아가 부품 업체를 통한 기술 유출을 철저히 막아 블랙박스 전략을 더욱 강화시키려는 목적이다. 99년~2000년 디스플레이 기술과 프로세스를 습득한 한국은 이후 충남 아산(탕정)과 경기도 파주에 초대형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아산은 213만 평 규모로 100개 이상의 디스플레이 업체가 위치해 있다. 특히 S-LCD는 2005년까지 1,000 여명의 대규모 연구진들을 이주시키면서 최고급 아파트를 지어 연구원들에게 5년 거주시 아주 저렴하게 분양하여 상당한 경제적 혜택이 발생하도록 하였고, 2차 산업 단지 내 외국인 학교를 설립하여 해외 인력의 자녀 양육까지 신경 쓰기도 했다. 또한 파주 클러스터도 110만 평의 대규모로 조성되어 있고,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하여 다수의 디스플레이 업체가 집적되어 있다. 2000년~2001년 일본이 한국 기업을 의식하여 대만에 기술과 장비를 공여한 이래, 대만은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력 사업으로 선정하고, 북부(신주 Hshinchu), 중부(타이중 Taichung), 남부(타이난 Tainan)에 3개 과학 단지를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하였다. 이외 카오슝(Kaoshiung), 타오얀(Taoyuan) 등에서도 클러스터가 구축되었다. 신주 과학단지와 타이중 클러스터(112만평)에는 AU옵트로닉스(AUO)가 컬러필터, 모듈 등 관련 부품 및 완제품 생산 공정을 집적하였다. 타이난 클러스터는 치메이 옵토일렉트로닉스(CMO)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는데, 중앙 정부는 신주 클러스터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공무원으로 구성된 강력한 단일 접촉 창구인 남부 과학 공원 관리국을 설립해서 타이난과 카오슝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구축의 필요성 더욱 증대 지금까지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클러스터의 이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 사이즈 경쟁, 수율 안정화, 후방의 내재화, 전방 모듈의 글로벌화, 소싱 다변화 정책 등으로 원가를 감소시킬 여지가 많아 클러스터에 기댈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클러스터의 이점을 살리는 것이 미래 경쟁력 향상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가 혁신에 대한 클러스터의 상대적 영향력 증대 클러스터가 가진 미래 원가 혁신의 영향력이 다른 대안들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까지, 비록 다소 격차를 보이긴 하지만, 후발 주자인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8세대 라인 투자, LCD TV 패널 주력, 장비 및 부품 내재화, 멀티 소싱 등 디스플레이 선진 기업이 내놓은 수많은 원가 혁신의 카드를 대부분 재현해 내고 있다. 중국도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기존 BOE-OT, SVA-NEC 등 디스플레이 업체와 창홍과 같은 기존 TV 업체들도 7세대 라인 구축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기존 일본 장비 업체에 한국 장비 업체들까지 이런 디스플레이 후발 주자와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캐치-업을 가속시키고 있다. 비록 동일한 장비를 쓴다고 해서 똑같은 아웃풋을 내는 것은 아니겠지만, 선발자와 후발자 모두 상당부분 같은 장비를 쓰고 있어 후발자가 이 장비들에 담긴 선진 업체들의 생산 노하우를 흡수하여 선발자를 캐치-업 하기가 과거에 비해 다소 유리해졌다는 점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외 선발 업체와 후발 업체 간의 공정 기술 갭도 점차 줄어들고 있고, 마케팅 포인트 등도 유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새로운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심하게 되었다. 반면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참조). 따라서 기업 홀로 원가 혁신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었다. 동시에 물류 개선, 투자 파트너 규합, 부품 클러스터링, 정부의 지원, 패널-세트의 관계 강화 등 산업 외적 요인이 원가 혁신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 대안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패널-세트의 관계 강화를 제외한 대부분 대안들이 클러스터 구축과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클러스터를 강력하게 구축함으로써 지리적 이점으로 물류비를 감소시키고, 일정 지역에 협력 업체끼리 공동으로 투자하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는 클러스터 강화로 글로벌 경제 위기를 호기로 활용 가능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는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클러스터를 잘 활용하여 미래의 부동의 강자로 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작년 4분기 미국발 금융 위기로 촉발된 경기 위축 여파는 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던 AUO와 CMO 등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판로가 대폭 줄어들며 공장 가동률이 50%를 밑돌았고, AUO는 4분기에만 1조원, CMO도 거의 8천억 가까이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 타도를 외치던 샤프도 일부 낮은 세대의 라인을 폐쇄하고 10세대 라인 투자도 1년 연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수익성도 작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아 지난 4분기 2천억이 넘는 영업 적자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 4분기 40~80% 공장 가동률에 그쳤던 국내 기업들은 올해 들어 높은 환율(원화 약세)을 등에 업고 전통적 강점인 고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서 90% 전후의 높은 가동률을 바탕으로 과점 체제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현재 경제 위기를 호기로 삼아 미래 부동의 강자로 서기 위해서는 장비, 부품, 소재 업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이 디스플레이 패널에서는 1등이지만 이를 제조하기 위한 장비, 부품, 소재는 일본 등에 60%이상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화폐 가치가 치솟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비싸게 장비와 재료를 들여와야 한다면 국내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자가 어려운 이 때,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은 클러스터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부품, 소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리더 기업 커미트먼트가 클러스터 발전의 핵심 키워드 그렇다면 미래 경쟁력의 원천이 될 클러스터를 강력하게 구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클러스터 관련 전문가들은 '기업이 클러스터에 참여했다고 해서 잠재적 이익을 항상 얻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각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동일한 방향을 설정하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 리더 기업은 혁신을 위해 클러스터 내 혁신과 대화의 장을 만들어 클러스터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만 타이난 클러스터 등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CMO의 적극적인 혁신 리딩이 가장 많이 지목된다. CMO는 클러스터 내 플레이어의 부품 업체, 장비 업체, 패널 업체 관계자들이 지속해서 만나고 기술을 교류하도록 촉진했다. 그 결과 대만은 짧은 기간에 일본과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빠르게 캐치-업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최근 국내 클러스터 내 리더 기업을 중심으로 혁신 활동의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의 한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 업체는 근래 한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로부터 6시그마 교육을 받고 전사적으로 6시그마 체제로 전환했다. 이와 더불어 SCM, ERP 등 업무 자동화 설비를 개선함으로써 입력 시간을 33% 줄이고 오류 발생률을 80%나 낮췄다. 양사의 원자재 공동 구매로 10% 원가를 절감하기도 했다. 또한 디스플레이 패널 회사로부터 관련 전문 기술진을 지원받아 생산 라인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 받기도 했다. 이 결과 이 일본 업체는 자신이 강점을 가진 특정 기술을 해당 업체에 먼저 공개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대기업 입장에서 협력 업체가 많으면 경쟁을 유도해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지금은 기술 개발 속도가 워낙 빠르고 집적도도 또한 높아지면서 양측이 협조하면서 기술을 공유하지 않으면 공동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일본 업체의 말은 클러스터 내 리더 기업의 주도로 부품 기업과의 혁신 노력이 이루어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적한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금전적인 부분과 비 금전적인 부분을 모두 지원할 수 있다. 각종 조세 감면과 인센티브 제공과 같은 금전적 지원 외에도 정부는 클러스터 지원 전담 조직 개설, 각종 인프라 투자, 각종 연구 기관의 유치, 대학 등 교육 기관의 확보 등 비 금전적인 부분도 지원해야 한다. 특히 클러스터는 대규모 부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기존 도시에서 떨어진 지역에 구축되기 쉬워 상대적으로 도시권이나 수도권을 선호하는 고급 인력이 지방의 클러스터로 이주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이 이 인력을 획득하기 위해 제반 모든 비용을 감당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2인 3각의 마라톤 결론적으로 클러스터는 디스플레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 향상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통한 경쟁력 강화는 2인 3각으로 하는 마라톤과 같아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되어야 하고, 꾸준한 체력 보강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상호간의 신뢰 확보와 문화 공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한 신속하게 준비되어져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응원과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의 리딩도 필요하다. 정부와 디스플레이 업체가 단기 이익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