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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하베눌라(Habenula)는 지름 3mm의 작은 크기로 모든 척추동물이 가지고 있으며, 도파민(dopamine) 및 세로토닌(serotonin)을 만들어내는 뇌의 기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공룡 이전에 존재했다는 칠성장어(lamprey)부터 오늘날의 인간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퇴화하지 않은 뇌 구조로서 오랫동안 동물의 뇌 기능과 행동에 근본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신경과학자들은 쥐, 원숭이, 개 등의 동물실험을 통해 하베눌라가 활성화되면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에 영향을 준다고 증명한 바 있다. 그러나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DD)를 겪고 있는 인간에게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된 바가 없었다.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연구원들은 인간의 우울증과 하베눌라의 반응이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증명하고자 과민성 우울장애 및 무기력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25명, 나이 18~52세)과 건강한 지원자들(25명 나이 19~52세)을 대상으로 고해상도 기능 자기공명 영상과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하여 하베눌라 기능을 분석하였다. 동물실험과 같은 조건으로 휴식상태(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캐너에 누워있는 상태)와 유발상태(전기충격을 예상한 상태)에서 하베눌라의 반응을 관찰하였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연구원들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참가자들의 하베눌라가 휴식상태나 유발상태에 또는 양쪽 모두에서 일반인보다 더 활성화되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휴식상태의 하베눌라 기능은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고, 유발상태에서는 일반인들의 하베눌라가 더 활성화 되었다. 즉, 동물실험과 반대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지원자들의 하베눌라가 자극이 강할수록 활성이 감소하였고, 오히려 건강한 사람들의 하베눌라는 더 강하게 반응하였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하베눌라가 활성화되면 우울증에 영향을 준다는 동물실험에 기초한 현대 우울증 이론을 뒤집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현대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인해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 작은 연구에 불과하지만 이 결과가 맞는다면 제대로 된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베눌라에 대한 더 많은 임상적 실험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 인간의 우울증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 전달 물질의 화학적 불균형으로 일어나며, 세로토닌은 뇌척수액에서 발견되는 신경 대사 물질로 감정 표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이 물질이 부족하면 감정이 불안정해지고 걱정이 많아지며 충동적인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