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공예를 수공예나 전통공예와 같은 제한된 틀에 고정시켜온 점은 동양이 서양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서양의 경우 공예에서 예술이, 이후에는 디자인이 파생되어 나오면서 공예는 예술적 가치와 산업적 가치 양자를 모두 수용하고 있다. 반면에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공예의 전통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념적인 측면에서는 '수공예'로 한정된 서구의 근대적 공예 개념을 수용함으로써, 현대공예 역시 고정된 하나의 영역이라는 의식과 함께 정체성의 고민에 빠져있는 듯하다. 이러한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 공예가 현대사회에서 보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능성'이나 '수공예'라는 특성이 공예 자체를 규정하는 본원적 속성이나 개념이 아니라 장르나 영역의 '분화(分化)'를 추구했던 '근대' 시기에 형성된 공예의 개념과 역할이라는 점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역사·사회적 측면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현대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학문 등 전 분야에서 삶과의 통섭(Consilience) 내지는 융합(Convergence)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 연구는 19세기 이후 통용되고 있는 공예의 개념과 범주의 확립이 공예의 사회적 역할을 제약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21세기 후기산업사회에서 예술과 공예, 나아가 공예와 디자인 사이의 새로운 융합에 대한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19세기 말에 활동한 윌리엄 모리스의 사상과 미술공예운동이 현대 디자인의 모태이자 수공예 운동이라는 의미를 넘어 '예술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그의 이상이 승화된 '종합예술로서의 공예'를 지향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더 나아가 그의 예술관과 실천이 21세기 문화융합의 시대에 요구되고 있는 공예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음을 명확히 하여 미술 및 디자인과 융합된 새로운 종합예술로서의 공예의 위상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