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민간에서는 두레패를 통솔하는 좌상이 살포를 지니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살포의 상징성을 파악할 수 있다. 두레에서 사용되는 농기에서 농신이 살포를 메고 있는 보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좌상이 농신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자리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좌상은 수전 농업의 관리권을 지니며, 이를 상징하는 도구가 살포인 것이다. 좌상의 권한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지도자로서의 권한, 둘째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권한, 셋째 수리권을 조정하고 통솔하는 권한이다. 좌상은 보통 마을에서 오래 거주해온 토박이 출신인데, 마을 내에서 신망을 얻고 농토를 지니고 있는 마을의 유지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규모의 일꾼을 진두지휘하기 위함으로 평소에도 마을에서 '어른'으로 인정받았던 사람이 좌상을 하게 된다. 좌상은 '살포'를 지니고 다니며 자신이 좌상임을 드러냄과 동시에 일을 지시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좌상은 단지 두레가 결성되었을 때만이 아니라, 마을 내의 질서를 잡는 마을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동네볼기'를 주도적으로 행한다. 또한 좌상은 물과 관련하여 제의를 지낼 때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논농사에 있어서 물은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농경사회에서 가뭄은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천신(天神)에게 강우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냈으며, 기우제를 지내는 것은 마을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좌상이 직접 제의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의에 있어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좌상의 권한이 마을 내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좌상이 물과 관련한 의례에서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물을 조정ㆍ관리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좌상은 특별한 자격을 갖춘 자만이 될 수 있었으며, 노동조직의 우두머리이자 마을의 어른으로서 수장의 역할을 해 왔고, 특히 물을 관리하는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좌상이 가지고 다니는 살포는 논의 물꼬를 트거나 막아서 논 안의 물을 빼거나 넣을 수 있는 일종의 물을 관리하는 도구였다. 따라서 물을 관리하는 수장인 좌상이 물을 관리하는 도구인 살포를 지니고 다녔던 것이며, 이는 마을 내에서 살포 자체가 일반적인 농기구가 아닌 마을의 수장 또는 어른을 뜻하는 상징적인 도구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