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태엽감는 새 연대기 (ねじまき鳥クロニクル)는 지금껏 발행되었던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작품들 중에서 스케일이 가장 큰 작품이다. 하루키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구조상 특정으로써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저쪽 세계'의 존재이다. 죽음의 공간인 '우물', 나아가 호텔 208호에서 '내'가 가지고 온 것은 검푸른 '반점'이었다. 그 '반점'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데 효과적이며 '나'는 '반점'을 이용하여 '우물'로 들어가 이계(異界 )의 암흑 속에 틀어박혀 있는 구미코를 구해내려 한다. '나'의 '반점'은 치유의 도구인 동시에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열쇠이기도 하다. '반점' 의 성질을 규명하기 위해서 갇힌 상태의 야마모토(山本) 중위에게 내리쬐었던 재생의 이미지인 '빛'을 차용했다. 관계 회복이란 관계 맺기이다. 사실, 관계 맺기(かかわりぁい, commitment)는 관계에 단절(かかわりぁい, detachment)과 함께 80년대부터 하루키가 줄곧 안고 왔던 문제였다. 이전 다른 작품 속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관계를 유지하려던 '나'는, 이 작품 속에서는 자아를 상실한 세계에 갇힌 구미코를 구출해 내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는 한편 그녀의 본질에 다가선다. '누구도 아픔을 받아주지 않는' 상태는 '나'의 에너지를 빼앗고 치유와 재생의 '반점'이 있음에도 '나'는 죽어간다. 결국 '나'는 치유의 능력을 잃지만 '나'의 안티테제 (antithese)적인 모습은 '반점'과 더불어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향한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