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 |
1918년 인플루엔자는 확산의 정도나 치명성을 고려해 본다면 역사상 전례가 없는 전염병이었다. 인플루엔자가 가장 극심했던 1918년 가을에 전염병은 한시간 이내에 건강한 사람들에게까지 확산되었으며, 1918년 인플루엔자로 인해 미국에서는 67만 명,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는 대략 5천 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러나 1918년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고 통제하기 위해 미국 공중보건국 (United States Public Health Service)과 미 해군을 중심으로 시행된 다양한 전략들은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의사들과 병리학자들이 1918년 인플루엔자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으며, 계절성 독감과 1918년 인플루엔자를 구별하는 것도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1918년 가을에 인플루엔자가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을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근거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1918년 인플루엔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의학적 치료법이 아니라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간호뿐이었다. 환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은 관심과 애정 어린 간호였으며, 간호사들은 1918년 인플루엔자 환자들을 격려해주고 이들을 보살펴 주었다. 따라서 1918년 인플루엔자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간호사들의 다양한 노력들 속에서 여성은 이 시기 새로운 권력주체로 등장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미국사회 내 권력관계의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들은 특히 간호 인력의 충원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조직 설립과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많은 여성들의 노력 속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1918년 인플루엔자를 경험하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던 대중 여성들뿐만 아니라 백인 여성 이외에도 다양한 이민 집단 여성들이 전염병 통제와 공중보건 및 위생 강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1918년 인플루엔자는 계급이나 인종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보다 많은 여성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이들이 미국사회로 진출할 수 있게 한 분수령으로 볼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