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본고는 생태학을 “생물이 살고 있는 집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하며, 이 집인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하는 데 있어 장소의 문제를 중시하는 문학을 생태문학, 그것의 본질에 다가가는 질료적 상상력에 의한 대상의 운동성 표현을 생태미학적 표현으로 생각하고, 우리 고전문학 중 산수문학, 그 중에서도 누정문학(樓亭文學)에서 이런 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고전산수문학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세계관에 기초하나, 그 표현에 있어서는 산수를 상징으로써 드러내거나, 인간과 조화를 이루는 형상으로써 드러내는 것이 많았다. 본고는 감수성으로 산수의 기운과 감응하여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고자 하는 전통 사상인 풍수지리에 관심을 갖고, 이 풍수지리를 통해 자연과 자신의 관계를 탐구하고 표현하는 문학으로서 17세기 안동지역의 향촌사대부인 김득연(葛峰金得硏,1555-1637)의 가사 〈지수정가〉를 선택한다. 145행으로 된 이 작품은 그 중 삼분의 일이 풍수지리로 감응한 지수정 주변의 자연 묘사인데, 풍수지리적 소양이 없으면 그 뜻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없으나, 지금까지 작품의 그런 비유 방식을 알아챈 연구는 없었다. 본고는 가사 〈지수정가〉를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작가가 그 장소를 통해 자연을 어떻게 읽는가를, 또 그것을 어떻게 시적으로 표현하는가를 보이고, 그 장소가 그에게 주는 의미를 보이며, 이것이 오늘날 독자에게 주는 생태철학적 의미는 무엇인가를 논한다. 갈봉은 〈지수정가〉의 1~46행까지에서 지수정은 그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장소이므로 그곳이 얼마나 좋은 곳인가를 풍수지리적인 명당으로서 묘사하고 있다. 와룡산 지역의 묘사인 이 부분은 독자에게 그 장소의 혼을 전달하는 것이다. 전 작품을 관통하는 긍지와 행복은 그곳이 명당이므로 가능한 것이기에, 작품은 작가가 감지한 이 산수의 핵심, 기를 표현하는 데 바쳐져 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작가가 작품에 담은 자연의 기는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고 믿는 것이 예술풍수인데, 인간과 자연은 하나라는 제유적 세계관은 형상적 비유에 의해 이 기를 분위기로써 전달하는 방법이지만, 〈지수정가〉는 이 분위기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인 장소, 기의 발생지점을 표현하기 위해 장소의 꿈을 상상하는 질료적 비유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풍수사상은 중국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사대부의 교양이며 삶의 양식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과 너무 단절되어 있어서 현대의 감상자는 〈지수정가〉안에 담긴 풍수지리적 표현과 그것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작품의 기를 감지하지 못하였다. 본고는 이 작품에 내재된 풍수지리를 밝혀냄으로써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자연에 대한 이해를 현대에 소통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자연으로 인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이 기쁨과 만족감을 풍수지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읽는 이와 그 기를 공유하고자 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보이지 않는 이 '기'는 주변을 행복하게, 또 보다 윤리적으로 만드는 기운이기도 한 것처럼, 풍수지리는 자연의 감수성에 감응함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에 대한 윤리적 소비,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마음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도 있는 윤리적 철학, 곧 생태철학임을 강조한다. 또한 풍수지리는 작품 안에 장소를 만드는 가사만의 독특한 방식이 될 수 있으므로, 그 방식이 국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