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파르메니데스 연구자들이 골몰해 온 진리-독사(Doxa) '두 부분'간 관계의 물음은 진리편만 강조하는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이지만, 여전히 그의 담론의 나머지 한 부분인 서시를 외면하며, 그가 왜 시로 철학했는가를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그의 메타담론적 반성과 매체에 대한 반성을 뚜렷이 보여주는 서시에 주목하면서 '세 부분'간 관계를 묻고, 이를 통해 기존의 '두 부분'간 관계 물음에 우회적으로 시사점을 제공하려 한다. '주류' 해석의 이해와 달리, 독사편은 파르메니데스 자신의 우주론적 사변이다. 그는 자기 담론을 펼치면서 동시에 메타담론적 반성을 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다. 노에인이라는 엄밀한 앎을 목표로 하는 진리 담론과의 '다름'과 '닮음'이 반성된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그의 독사는 '가사자들의 독사'와 다르다. 그런 반성성이 그의 담론을 그런 방식과 매체를 통해 개진되게 했다. '두 부분'간 관계를 메타담론적으로 고민하고 신화적 틀을 통해 적절히 배치하는 장치가 바로 서시이다. 그의 이런 메타담론적 반성과 매체 선택에 주목하면 전통의 계승과 혁신 둘 다를 성취하려는 그의 지적 기획이 담고 있는 사변과 비판의 면모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진리편이 2세대 엘레아주의자들에게, 그리고 독사편이 다원론자들에게 계승되는 것과 더불어, 그의 메타담론적 반성은 앎(혹은 모름)에 대한 앎을 역설하는 소크라테스적 정신과도 잘 맞닿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