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고려와 조선 시대에 걸쳐 많은 문사들의 애호를 받았던 「秋聲賦」는 歐陽修(1007-1072)가 어느 가을날 밤의 정경을 읊고 인생의 쓸쓸함에 대하여 기록한 賦 형식의 산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秋聲賦」를 소재로 삼아 作畵한 秋聲賦圖가 개화기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제작되며 독립적인 畵材로서 정형화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추성부도에 대해서는 학계의 연구가 각 작가 범주 내에서만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本稿에서는 국내의 구양수와 「추성부」 인식을 기반으로 하여 詩意畵의 한 주제로 점차 자리잡게 되는 개화기 추성부도의 유형과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에 앞서 영향을 미친 중국, 조선 시대의 몇몇 초기 작품들을 통해 그 경향성의 원류를 찾아보고, 개화기 작가들에 의해 정형화된 추성 부도의 유형을 분류해보고자 했다. 개화기에 이르면 新思潮의 유입과 전통적 가치관 고수에 있어서의 충돌은 시대적 당면과제가 되었고, 서화계에 있어서도 새로운 화풍의 도입과 함께 전통에 대한 계승의지가 공존하게 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이와 함께 표면적으로 미술시장의 활성화는 화단의 상업성을 부추겨 유사한 모티프의 대량 생산을 야기했으며, 화첩에 비해 감상이 용이한 병풍식 구성으로서의 화면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국내에서 시의화로서 정형화된 특정 모티프를 갖지 못한 채 일부 창작되던 추성부도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 시기 다량 생산되며 유형화된다. 이제 추성부도는 張承業(1843-1897)을 거쳐 趙錫晉(1853-1920), 安中植(1861-1919)의 당대 최고 화가들에 의해 주로 이끌어지면서 작화량이 증가함과 동시에 2가지 형태로 구분되어 전개되는 것이 그 특징으로 파악된다. 즉 기존 산수중심의 布置에 의존하여 산수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는 구성과 고사인물로서 구양수가 부각된 인물형 작품구도가 그것이다. 산수형의 경우 시간적 배경을 나타내는 달, 바람에 흩날리는 수목과 가을 정경, 前景의 가옥과 가을바람 소리를 들으러 나간 동자 등을 중심으로 정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본 연구에서는 개화기 안중식, 조석진이 주축이 되어, 전통적 문인제재와 관련하여 추성부도를 계절경, 즉 가을경의 한 요소로 사용함으로써 전통에 기반을 둔 새로운 변혁을 시도한 것 또한 살펴볼 수 있었다. 동시에 기능적 고사인물화의 유행으로 인해, 추성부도가 구양수의 고사인물도로 변형되어 인물형 추성부도로 재구성되는 양상을 확인해보았다. 이러한 인물형의 경우에는 가옥이 클로즈업 되어 독서하는 인물로서의 구양수와 함께 본격적 2인구도의 구성에도 불구하고, 화면을 등지고 등장하는, 축소된 역할의 동자가 관찰된다. 王義之, 李白, 米 #x82BE;, 倪瓚 등과 함께 구양수가 고사인물병의 단골 주제로 부각될 때, 전통적 추성부도가 변용되어 인물형으로 도상화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기존 시의화로 구성된 추성부도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상해출간화보의 영향, 개화기 이후 실내독서상의 유행, 독서문화의 보급과 함께 특별히 '가을=독서'라는 의식이 더욱 일반화 되면서, 구양수의 독서장면이 부각되었을 것임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요약해 보자면, 본고에서는 개화기 정형화된 소재로서의 추성부도의 위치를 접검하고자 하였으며, 비슷한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도 그려지고는 있으나 유형화되지 못했던 주제가 국내에서는 조선조의 기존 작화 전통 및 상해출간화보를 바탕으로 하여, 일정시기, 특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