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nbsp; nbsp;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1872-1945)가 1938년『호모 루덴스』를 출간하면서 '놀이'가 문화의 한 축, 혹은 문화의 근원으로 등장했다. 그의 목적은 역사적인 접근 방법을 통한 놀이 개념과 문화 개념의 통합에 있었다. 정보시대에 접어들면서 '여가학' 개념이 등장하였는데, 이는 평생 노동의 가치에 매몰되어 살아가던 인간이 기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었다는 판단 하에 잘 놀기 위한 장과 방법을 마련해 주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현대 '놀이', 혹은'여가' 개념은 노동과 상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나아가 '노동과 경제활동의 부산물'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지식 사회'로 규정하여 산업사회의 노동자와 구별하여 '지식 노동자' 시대로 부른다. 새로운 지식 노동자 시대는 산업시대의 도구적 인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스티븐 코비는 '전인적 패러다임(Whole-Person Paradigm)'이라고 부르기를 제안하였는데, 그 내용은 '전인적 패러다임'은 동양사유에서 '심신일여(心身一如)'에 바탕을 둔 공부의 경지와 유사하다. nbsp; nbsp;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의 포부를 물었고, 몇몇 제자들이 각각 정치적 경륜을 펼치겠다는 답을 한데 반해 음악에 심취해 있던 증점이 거문고 연주를 멈추고는 늦봄, 젊은이 몇 명 데리고 봄바람을 쏘이며 시 읊고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다고 하였고, 공자도 증점의 뜻에 동의한다[吾與點也]는 내용이 『논어』에 나온다. 이후 유가전통에서 '오여점아(吾與點也)'라는 말은 현실참여의 상대개념으로서 지식인 계층의 여가활동을 상징하는 대표적 어구가 되었다. 유가전통에서 학문활동은 이론적 탐구에만 그치지 않고, 공부실천을 포함하는데, 그 안에 증점의 정신도 들어 있다. 따라서 공부와 놀이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선비들도 유산, 완상, 시작 활동 등을 통하여 여가를 즐겼는데, 선비들의 여가활동은 여유와 치유, 나아가 인격연마의 방편 가운데 하나였다. 과거 산업사회 육체노동자에 있어서 '여가'가 '노동'과 대척점에 서 있었다면, '지식노동자'로 명명되는 현재, '여가'개념을 '노동'과 상대되는 개념이 아닌, 함께 어우러지는 개념으로 보아야 '여가'의 함의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과거 '지식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선비들의 여가활동은 단순한 휴식 개념에 치우쳐 있는 현대인들의 여가생활을 자아실현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