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본 연구는 한국 고대 유물에 나타나는 빛의 상징을 고유한 선교(仙敎)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최남선, 신채호, 이능화 등 국학(國學)의 선구자들은 근백 년 전에 한국 고대의 광명신앙과 선교의 오랜 전통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런 고대의 정신문화는 문헌보다 상징에 더 강렬하고도 많은 흔적을 남겼다. 한국에서는 선사시대부터 태양 혹은 빛을 상징하는 문양이 자주 출현했다. 특히 한국 신석기문화를 대표하는 빗살무늬토기에서 뚜렷한 빛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BC4000년~BC3000년에 제작된 토기에 새겨진 빛의 상징은, 인류 선사시대의 태양숭배 상징 가운데서 아주 이른 것으로, 세계종교사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것은 우주의 중심과 빛을 표현했으며, 고대 한국에서 수십 세기에 걸쳐 놀라운 생명력을 가지고 반복 재현되었다. 기원전 1천 년대 후반기에 제작된 팔주령(八珠鈴)과 잔무늬거울 등의 청동 기물, 그리고 한국형 암각화 등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고조선 시대에 해당하는 신석기시대부터 기원전 1천 년기까지, 고대 한국인은 우주적 빛을 숭상했고 흔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과 감수성으로 그 이미지를 구현했다. 우리는 여러 유물에 일관되게 표현된 이런 빛의 상징을 '조선의 빛'으로 명명했다. '조선의 빛' 상징은 기원후에도 오랫동안 전승된다. 단지 그 원형이 다양하게 변형하고 분화하며 후대로 가면서 애초의 기하무늬들이 점차 구상적 문양으로 변형되는데, 그 이르고도 두드러진 사례를 연화문(蓮花文)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기원후 4세기 무렵부터 구상화된 연꽃무늬가 불교의 전래와 함께 고구려를 필두로 한국에 전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고조선 이래의 전통적 세계관에 의해 재해석되었다. 본문은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나는 연화문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그것이 오래된 '조선의 빛'의 연속이었음을 규명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신령스런 기운[靈氣]을 표현하는 이미지가 가득하다. 옛 사람들은 평범한 육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천지간의 기운을 추상적 기하무늬로 표현했다. 그러다가 그것이 다시 구상화된 연꽃무늬 등으로 일부 대치되는데, 이 연꽃무늬조차도 실은 빗살무늬토기에서 팔주령과 잔무늬거울 등에 이르기까지 반복해서 나타나는 기하문양의 연장선에 있다. 서구학계는 일찍부터 연꽃과 태양의 동일화를 극동 도상학의 중요한 특징으로 파악해왔는데, 일본 불상의 문양이 그 예증사례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빛의 이미지와 중첩되는 연꽃의 상징은 일찍부터 고대 한국에서 보다 분명하고도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또한 오래 지속되었다. 고구려만이 아니라 백제와 신라 그리고 발해와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빛' 이미지가 반복되는 무수한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도상들은 특히 전통사회의 대표적인 성소(聖所)였던 궁궐과 사원의 지붕와당 등에 자주 나타난다. 그 건물들은 비록 제정일치시대의 제단이나 주거공간이 지녔던 세계축의 의미를 차츰 상실했지만,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중심'을 표상하는 풍수적ㆍ건축적ㆍ도상적 상징을 적용했다. 특히 지붕은 하늘에 상응했다. 지붕 기와에 새겨진 빛과 중심의 상징이 (마찬가지로 하늘의 축소판이었던) 고분벽화 천정의 이미지와 일치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한편 대우주의 중심에서 빛나는 '조선의 빛'은 소우주인 사람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정신의 빛이기도 했다. 또한 한국 고대의 신화 속의 '빛의 서� |